FT \"유럽, 美 연준보다 빠른 금리인하, 물가·경제 위험 가중\" 경고

유럽연합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보다 이른 금리인하를 예정한 가운데 통화 정책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에드몽 드 로스차일드 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틸드 르무안(Mathilde Lemoine)은 "연준보다 빠른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하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16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물가가 예상대로 움직이고 큰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제한적인 통화정책을 완화해야 할 시점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총재는 유럽연합의 금리결정이 미국 연준에 달려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연준과 관련 없이 유럽연합의 상황에 따라 통화정책 완화 주기에 돌입할 수 있음을 예고했다.

이에 시장은 이르면 다음 달 ECB가 역대 최고 수준인 4%에서 금리를 내리고 연내 두 차례 더 금리를 인하할 것을 예상하고 있다.

반면 연준은 더 오래 높은 금리를 유지할 전망이다.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2%로의 지속 가능한 경로를 밟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48.6%)이나 11월(45.2%)에 첫 금리인하를 예상하고 있으며 연내 최대 두 번 금리 하향 조정을 전망하고 있다.

마틸드 르무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GDP 성장률 약화 및 물가 둔화는 금리인하를 정당화할 수 있다"면서도 "금리 정책을 주도하는 연준과 너무 큰 차이가 나면 경제와 물가 모두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정책 역효과를 우려했다.

유럽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예상대로 전년 대비 2.4% 상승했다. 한편, 올해 1분기 유로존 GDP 성장률은 0.3%에 그쳤다.

수석은 지난 1999년 4월과 2011년 11월 ECB가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한 사례가 있지만 당시와 상황이 달라진 만큼 앞선 금리인하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금리인하 후 유로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 표시 상품 및 서비스가 더 약한 유로로 전환되기 때문에 물가가 다시 높아질 위험이 있다고 봤다.

특히 유럽의 수입 에너지 의존도를 고려할 때 에너지 물가에 있어서 특히 불리한 상황이라면서 "중국은 수입 에너지 의존도가 21%에 불과하고 미국은 소비량보다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반면 유럽은 에너지 수요의 약 3분의 2를 수입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석은 "에너지 물가가 추가 상승하면 단기적으로 기업 투자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금리인하가 민간 투자에 미칠 것으로 기대되는 긍정적인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하면 유럽 통화당국이 미래 경제 악화에 대한 시장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고 봤다.

수석은 "2024년 1분기 미국 경제가 1.6% 성장하는 유럽연합 GDP는 0.3% 증가했다"면서 "유럽의 경제 실적은 이미 선진국 중 최악"이라고 말했다.

그는 "ECB가 경제 악화를 예상한다는 사실을 내비칠 경우 민간 시장은 상황을 더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가계와 기업 투자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ECB가 조기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통화 당국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수석은 "연준의 양적완화 주기 시작이 지연될 경우 ECB는 압박을 받아 (완화 주기를) 중단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이는 ECB의 통화 정책 결정에 대한 장기적인 신뢰에 타격을 주고 물가와 GDP 성장률의 변동성 확대 전망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계량경제모델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신뢰도는 GDP와 물가 예측 오류보다 통화정책 결정에 더 크게 좌우된다"면서 "연준보다 먼저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갖춰졌다고 해도 ECB가 먼저 금리를 낮추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선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통화정책을 선진국과의 구조적 성장 격차를 보완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유로화 약세가 장기화될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드몽 드 로스차일드 그룹 수석은 당국이 금리인하가 아니라 재정적 측면에서의 더 나은 대응을 통해 유럽 경제 부진을 타개해야 한다면서 8000억 유로 규모의 포스트 팬데믹 지원 기금 '넥스트 제너레이션'의 신중한 활용과 낮은 자본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 세금 공제 등을 통해 금리인하 없이 더 효과적으로 경제를 지원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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