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지난 9일 상장가 200원대 종목이 3분 만에 99만85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다시 5분 뒤 5000원대로 폭락했다. 유망주로 기대를 모은 A코인의 \'8분천하 상장빔\'이다.
상장빔.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를 뜻하는 코인러라면 한 번쯤 목격 혹은 경험했을 현상이다. 말 그대로 코인이 거래소에 상장된 직후 가격이 빔처럼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모습을 말한다.
문제는 지난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됐음에도 상장빔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지난 2017~2018년 가상자산공개(ICO)가 만연했을 당시 유행처럼 상장빔이 쏟아졌을 때는 \"규제가 없어서\"라는 합리화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규제가 촘촘하지 못해서라는 변명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거래소들이 이용자보호법에 맞춰 자율규제를 기반으로 한 상장 정책을 준수한다고 투자자들을 안심시켰기 때문이다. 상장 결정에 자율성이 있더라도 정책의 본질인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뒀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다.
결국 마케팅적으로 상장을 활용하는 것이 앞선 가치였기에 초래된 문제다. 이른바 상장 러시의 부작용이다. 경쟁적으로 상장을 속행하다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로 거래가 개시돼 일어난 상장빔이란 것이다. 이는 B거래소도 인정한 부분이다.
B거래소만 지적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번 촌극은 B거래소를 제외한 대형 거래소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었다. B거래소를 비롯해 모든 대형 거래소들이 트럼프발(發) 불장에 맞춰 상장 러시를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장 러시는 부실 상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매달 2~3개씩 상장하던 대형 거래소들이 지난달과 이달 합쳐 30개에 가까운 코인을 상장하는 모습을 보면 더욱 우려된다. 상장 심사 인력을 그에 맞춰 10배 가까이 늘리지 않았다면 말이다.
부실 상장의 끝은 투자자 피해를 넘어 투자자의 외면이다. 코인러 1500만명 시대를 맞은 거래소들은 상장의 근간이 투자자 보호란 근본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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