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왼쪽)이 2일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제주항공 참사를 규명 중인 정부 당국이 사건 진상에 한발짝 다가섰다. 기체 블랙박스 가운데 조종실 내부 음성기록 2시간 분량이 해독돼, 긴박했던 조종사들간 대화와 관제탑 교신 내용이 확보됐다.
국토교통부는 음성기록장치(CVR)에서 추출된 자료를 음성파일로 전환하는 작업을 2일 오전 완료했다고 밝혔다. 당초 3일로 예상됐던 전환 시점이 하루 당겨졌고, 그만큼 참사 당시 상황을 서둘러 확인할 여지가 생겼다. CVR은 조종석의 음성을 녹음(Cockpit Voice Recorder)하는 장치다. 제주항공 참사 기체는 태국에서 4시간30분을 날아와 지난달 29일 오전 9시3분 무안공항에서 피해를 입었다. 사고 순간까지 2시간의 조종석 상황이 음성으로 담겨 있다.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는 복원된 음성파일과 다른 관련자료를 비교하면서 사실관계를 조사한다. 앞서 조사위는 무안공항 관제통신기록 전체를 확보했고, 참사 당시 관제사들에 대한 면담도 실시했다. CVR에서 해독된 조종사들의 당시 대화 내용은 2차 착륙부터 충돌까지 긴박했던 2분 가량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려줄 중요 단서다. 국토부는 앞선 브리핑에서 참사 당일 오전 9시1분 관제탑의 19방향 활주로 재착륙 허가까지 소통이 이뤄진 뒤, 이후 쌍방 교신에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기체는 오전 9시2분 활주로 3분의 1 지점쯤에 동체착륙으로 착지했는데, 이때 수동으로도 작동 가능한 랜딩기어가 왜 내려지지 않았나를 밝혀야 한다. 새떼 충돌이 발생한 우측 엔진 외에 나머지 엔진까지 모두 고장이었는지, 기체가 정상작동 중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계기판에 비춰 조종사를 오도하지는 않았는지 등도 규명될 부분이다.제주항공 참사 개요도. 국토교통부 제공2013년 7월 아시아나 항공기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사고 때도 CVR에서 충돌 3초전 \'복항\'을 외치는 조종사의 고함이 확인됐다. 사고 직전에야 위험을 간파했던 당시 조종사들과 달리, 이번 참사에서는 긴박한 상황이 몇 분간의 대화 속에 고스란히 기록됐을 수 있다.
2015년 3월 독일 여객기가 프랑스 산악지역에 추락한 사고에서는 조종사가 조종석에 복귀하지 못한 정황이 CVR에 기록된 바 있다. 당시 조종사는 자리를 이탈했다가 잠긴 조종실 문을 열려고 밖에서 문을 두들기는 상황이 녹음됐다. 2016년 11월 브라질 프로축구팀 전세기가 콜롬비아 상공에서 추락한 사고 때도 사고 기체의 CVR이 비극적인 당시 상황을 기록했다. 조종사는 관제탑에 연료 부족을 호소하며 착륙진로 안내를 요청했지만, 먼저 이상이 발생한 기체의 착륙을 기다리다 교신이 끊겼다. 이번 제주항공 참사의 CVR 복원 내용이 일반에 공개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료 공개에 대해 사고조사위와 협의해보겠다. 다만 중대한 조사 자료인 만큼, 공개가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제주항공 참사 기체에서 수거된 음성기록장치(CVR). 국토교통부 제공한편 블랙박스의 나머지 핵심 구성품인 비행기록장치(FDR)는 결국 미국으로 보내 분석하게 됐다. 전원연결 부품 파손에 따라 국내에서 자료 추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CVR과 달리, FDR의 해독에는 수개월이 넘는 기간이 소요될 우려가 있다. 국토부는 이송 일정이 협의되는 즉시 우리 측 조사관을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로 파견해 분석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미국 당국이 우리 측에 불리한 결론을 낼 가능성에 대해 \"우리 측 조사관이 조사에 함께하는 만큼, 편향성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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