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올해 금리인하를 예정하는 가운데 일부 아시아 통화에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간) CNBC는 "미국 연준이 연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달러에는 좋지 않은 소식일 수 있지만 일부 아시아 통화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금리를 높이면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에 투자 수요가 높아지고 해외 투자금이 유입된다. 미국 달러 약세는 경제 위기가 아닌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때 주로 발생하며 일반적으로 신흥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 금리는 현재 5.25-5.50%로 23년 최고 수준이다. 한편, 연준이 12월 비둘기파적인(통화정책 완화) 기조로의 전환을 시사하면서 올 여름 금리인하가 예상되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2024년 첫 0.25%p 금리인하가 6월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국 통화정책 완화로 인해 우리나라 원화, 중국 위안화, 인도 루피화 등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화 약세 압력 완화
한국 원화는 지난 3년간 하방 압력을 받아왔지만, 올해 경제 전망이 개선되고 미 연준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이 같은 약세 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이먼 하비 모넥스 FX 애널리스트는 원화가 하반기 연준의 양적완화 사이클의 주요 수혜 통화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원화는 수익률이 낮고 순환성이 높은 통화로, 미국 금리가 낮아지면 미국 금리 하락은 금리 경로(rates channel)를 통해 원화에 대한 압력을 줄여줄 뿐 아니라 글로벌 성장률 전망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비는 "연준의 금리인하 폭에 따라 원화의 상승폭도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완화 사이클이 깊으면 원화가 5%에서 10%까지 상승할 수 있으며 얕은 사이클이 될 경우 3%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 전망치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4년과 2025년 성장률을 2.3%로 예측했는데 이는 지난해 성장률 1.4%보다 높은 수준이다.
중국 위안화, 추가 하락 없을 것
중국 위안화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작년 위안화 역내 환율은 달러 대비 7.2981로 16년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금리인하를 시작하면 금리 격차가 좁아져 위안화에 대한 압력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무너뜨리는 소식이 많았지만, 중국 당국이 무역 의존도가 높은 자국 통화가 일정 수준 아래로 약화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비관적인 전망을 제한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벨 에어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아룬 바라스는 "중국은 과거에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바라스는 "중국의 경제 상황 약화를 반영해 달러/위안 환율이 7위안대로 약세를 보였지만, 정책 입안자들이 재정 부양, 신용 증가, 부동산 가치 부양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추가 약세는 없을 것"이라며 현재 환율인 7.10을 중심으로 좁은 구간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자유 변동 환율이 적용되는 일본 엔화나 미국 달러와 같은 다른 주요 통화와 달리 중국은 위안화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위안화는 이전 종가와 은행 간 딜러의 호가를 토대로 달러화에 대한 중간 지점을 설정하는 '일일 고정 관리 지점'에 연동되고 있다.
사이먼 하비 모넥스의 FX 애널리스트는 "중국 인민은행은 통화를 관리하는 주요 주체로, 일간 고정환율, 유동성 수단, 규제 채널, 국영 은행의 개입 지시, 아울러 가장 불투명한 상태인 외환보유고 등을 통해 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 루피, 금리 격차 만들며 강세 전망
루피는 지난 3개월 동안 달러 대비 82.82까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루피는 0.6% 하락해 전년 11% 하락에 비해 달러 대비 약세폭이 훨씬 좁아졌다.
시장 전문가는 올해도 인도 루피화가 미국 달러 같은 저수익 통화를 빌려 채권 같이 높은 고수익 자산을 매수하는 '캐리 트레이드' 전략의 수혜를 받아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닌댜 바네르지 코탁 시큐리티즈 통화·파생상품 연구 부대표는 "미국 금리가 하락하면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캐리 트레이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인도 통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준비은행이 다른 중앙은행보다 통화정책을 더 천천히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루피화 강세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바네르지 부대표는 "현 시점에서 인도의 재정 정책과 경제는 매우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고 유럽이나 미국 같은 물가 문제를 겪지 않았다"면서 "인도준비은행의 금리인하 속도는 연준보다 훨씬 늦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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