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두나무 \'맏형\' 이석우 대표 재신임…그 배경은?

지난 5일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대표 이석우)는 임시주총을 열고 이석우 대표의 재연임을 의결했다. 9년간 임기를 이어가게 된 이석우 대표는 리딩 거래소 수장이라는 중책을 이어가게 됐다.

블록체인 업계와 업비트의 연혁이 짧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석우 대표의 재신임은 업계 최장수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입지를 확인했다는 의미 외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의결로 향후 업비트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

역사가 짧은 탓에 블록체인 업계는 여전히 성장통을 겪고 있다. 때문에 급변하고, 요동치는 분위기가 업계 트레이드마크로 자리잡았을 정도다. 가상자산 거래소 역시 이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바이낸스가 독주하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뒤집힐 지 알 수 없다. 리딩 거래소가 되는 것만큼 유지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17년 한 때 빗썸이 거래량 기준 글로벌 1위에 등극했었다는 기억은 어느덧 옛 추억이다. 어느 날 갑자기 범죄 연루가 확인돼 투자자가 떠나거나 문을 닫은 거래소도 부지기수다. ▲올스타빗 ▲코인네스트 ▲비트소닉 등은 창업자가 사기 등 범죄에 연루됐고, 최근에는 ▲캐셔레스트 ▲코인빗이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이들 모두 한 때 업계에서 주목받던 거래소다. 이렇듯 급변하던 업계 분위기는 업비트가 시장을 장악한 후 고착화돼 가고 있지만, 여전히 언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모른다.

이 같은 이유로 판단할 때 단순히 영업성과만으로 연임을 결정한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재임기간 급성장을 이룩한 공이 큰 건 사실이지만 최근 ▲두나무의 매출이 급감했고 ▲기업가치가 크게 낮아졌다는 사실은 약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물론 업계가 빙하기였다는 점에서 면죄부를 받을 수도 있지만 이미 두 번의 임기를 꽉 채웠기에 새 인물로 교체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두나무는 여전히 이석우 대표 체제를 유지하는 길을 택했다. 이 대표의 '안정감'과 '노련함'을 다시 한 번 믿기로 한 것. 이 같은 선택의 의미는 최근 있었던 글로벌 거래소 이슈를 통해 확인된다.

세계 1위를 독주하던 바이낸스가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 그 해결책으로 창펑 자오(CZ, 자오 창펑) 바이낸스 창업자 겸 CEO는 미국 정부와 천문학적 벌금 납부를 합의하고, 사의를 표했다.

미국 재무부와 법무부는 "바이낸스가 은행보안법(BS)과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 등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고 43억달러(약 5조5000억원)의 벌금을 낼 것을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표면적으론 거래소의 불법행위가 가장 큰 이유지만, 의사결정권자인 창펑 자오가 업계의 신뢰를 깨뜨렸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이 사건의 여파로 철옹성 같던 바이낸스에도 위기가 닥쳤다. 천문학적 벌금 납부로 인한 금전 손실 외에도 ▲올초 55%였던 점유율은 12월 현재 30%로 반토막났고 ▲같은 기간 현물 거래량은 70% 급감했다. 여전히 바이낸스가 여러 지표 상 큰 격차를 두고 1위를 유지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OKX를 비롯한 2위권 주자가 그 자리를 노리게 됐다는 사실 만으로도 바이낸스 자존심에 큰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좀 더 시계를 돌려, 지난 22년 11월 발생한 FTX 파산 사태를 상기해보자. 샘 뱅크먼 프리드는 19년 4월 파생상품 출시를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인 FTX를 설립했다. 그는 FTX에서 발행한 FTT 토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전거래를 했고, 이를 통해 과대계상된 FTT를 담보로 부채를 늘려 거래소의 덩치를 키워 나갔다.

그 결과 단기만에 세계 3위 거래소까지 성장했지만 22년 미국 경기 둔화로 담보 가치가 하락하면서 한 순간에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했다. FTX 사태는 경영진이 짜고 저지른 악의적 범죄 행위였으며, 이 때문에 ▲거래소는 파산했고 ▲투자자에겐 손실을 입혔고 ▲시장에는 초대형 악재를 날렸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블록체인 업계에 신뢰가 없는 이유는 여기서 비롯된다. 몇몇 의사결정권자의 '짜고 치는 고스톱'에 투자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제도권에 발을 걸친 현재에는 불법적 행위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지게 만들기 시작했다.

즉, 회사의 준법정신과 경영투명성은 기본이고, 막강한 권한을 가진 설립자보단 제한적 역할의 전문경영인이 회사 운영에 더 적합하다. 이런 관점에서 두나무의 전문경영인이었던 이석우 대표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

이석우 대표는 언론과 법조계를 두루 경험하면서 뛰어난 정무 감각을 갖춘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업계에선 업비트의 대외 신임도가 향상되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데 그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한다.

뿐만 아니라 이 대표는 지금까지 거래소의 아킬레스 건으로 지적돼 왔던 상장 등 민감한 실무 이슈에 직접 관여한 바가 없다. 경영진 개인에서 비롯된 사법리스크에선 매우 안전한 상황이라 진단된다. 덧붙이자면 이 대표는 변호사 출신으로 카카오를 이끌기도 했던 인물이기에 사법 리스크에 관리능력은 최상급이다.

이 대표가 가진 이 같은 무기들이 두나무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적임자로 다시 한 번 힘을 실어주게 된 결정적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두나무가 업비트 거래소를 설립한 건 불과 6년 전이다. 당시만해도 가상자산이란 용어가 정의되지도 않았던 시기다. 암호화폐 혹은 가상화폐란 이름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메이저 가상자산 정도만 알려졌던 시기였고, 여전히 코인판은 '그들만의 리그'였다.

투자라기 보단 투기 혹은 도박으로 치부되곤 했다. 투자자는 코인충이라는 비아냥에 시달리며 대중의 비난에 여과 없이 노출됐다. '튤립버블'에 빗대 비트코인이 사기로 치부되던 시기다.

이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까지 느껴진다. 이젠 더 이상 비트코인에 '튤립버블'을 들먹이지 않고, 미 SEC에서 현물 비트코인 ETF 상품이 승인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이미 제도권에 발을 디뎠고, 이젠 연착륙이 최대 미션이다.

업비트의 역사는 이 대표와 함께 했고, 지금 같이 중요한 시기에 두나무의 선택은 '또 이석우'다. 늦깎이 CEO로 블록체인 업계에 발을 디뎠던 6년 전과 노련미로 중무장한 현재 이 대표를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 다르다. 지난 6년 큰 활약을 했던 그이기에 앞으로의 두나무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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