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ckchainRoller

크립토 뉴스는 오늘날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관한 가장 중요한 뉴스, 기사 및 기타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입니다.

[기자수첩]투표 힘든 발달장애인, 방치하는 선관위…4년전과 '복사판'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2021년 4·7 재보궐선거를 맞아 발달장애인의 참정권과 관련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기사 제목은 <사전투표 첫날…장애인들 \"누구 뽑냐? 어떻게 뽑나 걱정\'\">으로, 발달장애인들이 선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다뤘다.

당시 발달장애인들은 2016년부터 선관위 지침에 따라 투표 보조를 받을 수 있었지만 2020년 돌연 지침상 지원 대상에서 빠지면서 보조를 받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었다. 후보자를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후보자의 사진이 인쇄됀 그림투표용지 제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난 29일, 제21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에 찾아간 발달장애인 기자회견에선 같은 비판이 나왔다. 활동가들은 투표보조 보장, 그림투표보조용지 지원, 이해하기 쉬운 자료 제작 등을 예전처럼 요구했다. 기사 내용을 복사·붙여넣기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그동안 사정은 별 변함이 없었다.

실제 이날 서울의 일부 사전투표소에선 발달장애인과 투표 보조인의 동행을 거절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발달장애인들은 기표소에서 홀로 불안불안하게 투표를 하거나 아예 해당 투표소에서 투표를 포기하기도 했다. 다른 투표소에서 보조를 받은 발달장애인들은 \'운이 좋은 경우\'였다.

이러한 장면은 지난 4년간 열렸던 제20대 대선(2022년), 재보궐선거(2023년 상반기·하반기) 제22대 총선(2024년) 과정에서 계속 반복됐을 모습이다. 정확히는 4년뿐 아니라 일시적으로 투표보조가 허용됐던 기간을 제외한 모든 기간 발달장애인들은 장벽을 마주했을 것이다. 이들의 참정권 운동이 2021년 훨씬 전부터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제도 개선 속도는 매우 더디다. 

발달장애인들은 투표소라는 낯선 환경에 대한 적응도가 떨어져 주의사항을 잊기 쉽고, 손 떨림으로 인해 기표란에 알맞게 도장을 찍는 일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모두 사표(死票) 처리 될 위험이 크다. 선관위 등 일각에선 가족 등 투표 보조인이 기표소에 들어가 발달장애인 당사자를 대신해 투표하는 \'대리 투표\'를 우려하지만, 이는 현장 관리원의 감시로 막을 수 있다는 반박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고 제자리걸음인 상황이지만 미세하게 달라진 점이 있긴 하다. 바로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몇몇 정당이 각각 \'이해하기 쉬운 선거자료\'를 내놓은 것이다. 물론 여기에 참여한 정당이 세 곳에 불과하고 범위도 장애인 관련 공약 중심이라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최근 법원에서도 발달장애인들의 실질적 참정권 보장에 무게를 실어주는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부산고법은 투표보조를 거부당한 발달장애인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차별구제청구소송에서 발달장애인의 심리·사회적 특성으로 인한 투표보조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12월엔 서울고법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그림투표보조용구를 제공해야 한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이처럼 발달장애인들의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움직임은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다. 선관위 역시 항소와 상고를 거듭하며 대법원 판결까지 뒷짐지고 있을 게 아니라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도 선관위 지침을 뒷받침하기 위한 입법활동에 나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