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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노트 레코드, '재즈 연금술' 비법 "뮤지션 원하는 소리 구현"

[서울=뉴시스] 돈 워스 블루노트 대표.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2025.05.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재즈와 블루스에서 장음계 3도(미)와 7도(시)를 반음 낮춰 연주하거나 노래하는 걸 블루노트(BLUE NOTE)라 부른다. 

서구 음악에 저항한 아프리카 고유 음계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유니버설 뮤직 그룹 산하의 레이블로 전 세계 재즈를 대표하는 미국 음반사 \'블루노트 레코드\' 역시 거대한 힘에 굴복하지 않은 결과물이다.

설립자들인 독일인 앨프리드 라이언(Alfred Lion), 프랜시스 울프(Francis Wolff)가 베를린에서 재즈에 대한 애정을 키우다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왔다.

1939년 블루노트의 역사적인 첫 녹음을 부기우기 연주로 장식한 피아니스트 앨버트 아몬즈와 미드 룩스 루이스의 피아노 연탄곡(한 대의 피아노로 두 사람의 연주자가 연주하는 2중곡) \'투스 앤드 퓨스\'로 블루노트 신화가 시작됐다.

한 때 경영상의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올해 86주년을 맞은 블루노트는 100주년을 향해 성큼성큼 안정적인 발걸음을 보여주고 있다. 돈 워스(73) 대표는 2012년부터 블루노트와 함께 하며 이 레이블에 다시 찾아온 전성기를 이끄는 중이다.

유명 베이스시트이자 밥 딜런, 존 메이어, 밥 딜런, 롤링 스톤스 등과 함께 작업한 거물 프로듀서 출신이기도 한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카우보이 모자와 선글라스. 

항상 여유가 느껴지는 그의 유유자적은 낯익은 것들과 충분히 섞일 여지가 있는 낯선 것들의 미학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재즈가 분위기, 정서를 다 떠나 리듬 하나로 모든 걸 체험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음악이라는 걸 열려 있는 태도도 증명해낸다. 소리를 담론으로 번역해 들려줘 권위로 만드는 것이 아닌, 소리 그 자체로 소통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데 그건 재즈의 본연이기도 하다.

블루노트의 유산을 연금술이라 일컫는 워스 대표의 삶에서 재즈가 들리는 건 당연하다. 다음은 최근 서울 강남구 유니버설뮤직에서 만난 그와 나눈 일문일답.

-실제로 뵙게 되니까 아우라가 더 크고 맵시도 더 납니다. 그 멋진 카우보이 모자는 몇 개나 있나요?

\"1995년부터 같은 분이 디자인을 해주신 모자를 계속 쓰고 있어요. 지금 제가 쓰고 있는 건 그분이 만들어주신 다섯 번째 모자고요. 모자가 정말 헤지고 망가질 때까지 계속 씁니다. 맨 처음 로스앤젤레스(LA)에 계시는 이 분에게 두 가지 앨범 커버를 들고 갔어요. 첫 번째는 발 딜런(Bob Dylan)의 앨범 \'디자이어(Desir)\' 커버였고, 두 번째는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있는 멀 해거드의 앨범이었습니다. 두 앨범 커버 속 카우보이 모자랑 똑같은 디자인으로 모자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드렸어요. 근데 만들어진 모자를 나중에 밥 딜런이 보더니 \'너무 예쁘다. 어디서 구했냐. 누가 만들어 줬냐\'고 묻더라고요. \'사실 너한테서 훔쳐왔다\'고 답했던 일화가 기억납니다. 하하. 밥 딜런도 지금은 그 분이 만든 모자를 쓰고 있죠.\"
[서울=뉴시스] 돈 워스 '퍼스트 룩'. (사진 = 유튜브 채널 '블루노트' 캡처) 2025.05.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5월 말 한국은 재즈계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재즈 페스티벌 등이 많이 열리죠. 이번에 방문하신 목적이 있나요?

\"한국엔 진작에 왔어야 했는데 너무 늦어졌다고 생각해요. 한국 출신의 워낙 대단한 재즈 뮤지션들도 많았기 때문에 10년 전에는 왔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벌써 블루노트에 몸담으신지 올해가 13주년이네요. 대표님이 오시고 난 뒤 \'과거의 영광을 재현했다\'는 평도 나오고 있는데요. 대표님이 보시기에 현 블루노트의 위상은 어떻습니까?

\"현재 블루노트 레코드에 소속돼 있는 아티스트들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자면, 어떤 시기에도 뒤처지지 않고 견줄 만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젊은 아티스트들도 많은데요. 임마누엘 윌킨스, 도미 앤 제이디 벡(DOMi & JD BECK)(재즈 듀오), 제임스 브랜든 루이스 그리고 폴 코니시(Paul Cornish) 같은 젊은 피아니스트도 저희 레코드에 소속돼 있습니다. 재즈라 국한해 얘기할 순 없지만 마야 딜라일라라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도 굉장히 독창적인 음악을 하죠. 제게도 어릴 때부터 블루노트는 남달랐어요. 1966년 처음 블루노트 레코드 음반을 샀습니다. 조 핸더슨(Joe Henderson)의 앨범 \'메이드 포 조(Mode For Joe)\'였어요. 블루노트에 입사할 때부터 전 이미 이 레이블의 오랜 팬이었던 셈이죠. 다만 60~70년 전에 만들어진 음악이 여전히 관계성을 갖고 지금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습니다. 고민을 거듭하다 블루노트의 두 설립자인 앨프리드 라이언, 프랜시스 울프가 어떻게 했는지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분은 이전에 있었던 음악을 마스터한 후에 새로운 음악의 경계를 확장하는 작품들을 만들어냈죠. 1940년대 말엔 델로니어스 몽크가 대표적이고, 1950년대엔 아트 블래키, 1960년대엔 허비 행콕이 있었죠. 블루노트는 동일한 미션을 갖고 그 길을 계속 따라온 레코드사입니다. 저희에겐 두 가지 옵션이 있었어요. 하나는 일종의 재즈 박물관처럼 남들이 하는 거 따라하면서 그 길을 반복하는 건데 블루노트는 다른 옵션을 택했죠. 혁신적인 길을 스스로 발굴해냈다고 생각합니다.\"

-블루노트 유튜브 채널에서 대표님께서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시는 \'퍼스트 룩(First Look)\'시리즈가 그렇게 새롭게 발굴하는 측면을 갖고 있는 작업입니다. 최근 블루노트에서 새로 발굴하신 트럼페터 브랜던 우디(Brandon Woody)와 인터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블루노트 레코드 앨범은 웨인 쇼터의 \'스피크 노 이블(Speak No Evil)\'(1964)인데요. 이 앨범에 참여했던 뮤지션들 모두 다 20대였어요. 젊은 아티스트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에너지는 정말 특별합니다. 본인들이 음악을 통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 가득 찬 긍정적인 마음\'을 음악을 통해서 느낄 수 있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나이가 있는 뮤지션들이 덜 특별하다는 건 전혀 아닙니다. 곧 (거장 색소폰 연주자인) 찰스 로이드 앨범이 나올 예정인데, 여든 일곱 살이시거든요. 감히 말씀드리자면 일생에서 가장 좋은 음악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 하나 마무리하고 있는 앨범은 론 카터가 참여했는데요. 그는 여든여덟 살 마에스트로서 정말 최고의 음악을 만들고 있어요.\"

-블루노트는 이처럼 훌륭한 아티스트 IP를 많이 보유하고 있죠. 그래서 그런지 서적 \'블루노트: 타협하지 않는 음악\'(저자 리처드 하버스), 다큐멘터리 영화 \'블루노트 레코드\'(감독 소피 허버)처럼 블루노트를 다양한 각도로 조명하는 대중문화 콘텐츠가 계속 나오는 거 같아요.

\"1939년 회사가 설립됐을 때 우리의 설립자들이 어떤 말을 했는지 돌이켜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책 제목처럼 \'절대 타협하지 않는 음악을 만들겠다\'라는 포부도 있고요. \'굉장히 고유하고 진실된 음악을 만들겠다\'는 선언도 있습니다. 저 역시 굉장히 진실되고 솔직하고 시적인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들을 발굴해서 그들과 함께 50년, 100년이 지나도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고 고유한 가치를 지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그게 저의 비전입니다. 유행을 따르지 않는 음악을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한 가치 중의 하나죠.\"

-블루노트 100주년이 14년 남았습니다. 대표님이 그 위대한 역사로 향하는 든든한 징검다리가 돼 주시고 계신데요.
[서울=뉴시스] 돈 워스 블루노트 대표.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2025.05.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사실 지금 요즘 같은 시대에 음반 발매 사업을 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블루노트 레코드가 지속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가치가 있죠. 저희 같은 경우엔 올해 재발매된 바이닐(LP) 앨범까지 포함하면 총 55장의 앨범을 발매를 했거든요.\"

-바이닐은 요즘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음악 매체이기도 합니다. 실제 최근 몇 년 동안 판매량이 늘었고요. 

\"젊은 사람들이 바이닐을 많이 찾는 현상은 굉장히 좋죠. 바이닐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블루노트 많은 음반들이 처음 제작됐을 당시 바이닐을 통해 듣기 위한 것이었던 만큼, 더 의미가 있죠. 블루노트 레코드를 만들었던 엔지니어인 루디 반 갤더(Rudy Van Gelder)는 바이닐의 특성을 마스터해 이 부분에 대해선 특화돼 있죠. 물론 좋은 음악은 바이닐로 듣던, 핸드폰으로 듣던 아름답게 들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블루노트 레코드 같은 경우엔 굉장히 오랜 시간에 걸쳐서 어떻게 하면 좋은 바이닐을 제작할 수 있는지 방법을 터득했어요.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서 75주년을 맞아 100장의 앨범을 리마스터하는 작업을 진행 했었는데요. 오디오 팬들로부터 좋지 않은 평을 들었죠. 그러다 뮤직 매터스(Music Matters)라는 회사를 알게 됐고 그곳에서 조 하들리라는 분을 발견했어요. 그 분을 스카우트해서 함께 \'톤 포엣 시리즈\'를 만들었습니다. 굉장히 좋은 바이닐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리즈인데요. 좋은 바이닐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아가다 보니까, 하들리는 12가지 과정을 거치더라고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과정은 블루노트 레코드 소리를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프레스 기계를 찾아서 작업하는 대목이었어요. 프레스 기계 종류가 소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요. 전 베이시스트라 베이스 종류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는 걸 잘 알고 있는데, 기계 역시 바이닐 소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새로 깨달은 거죠. 플레이트, 스탬프를 만드는 과정 모두 연금술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8도에서 작업해야 하는데 209도에 하면 결과물이 너무나 잘못되는, 그 섬세한 차이를 보고 많은 걸 깨닫게 됐죠.\"

-개인적으로 바이닐과 CD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포장을 뜯는 순간에 새어 나오는 소리부터 음악이 시작된다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소리는 무엇인가요?

\"이 답변을 하기 전에 에피소드 하나를 말씀 드려야겠네요. 블루노트 레코드 \'사운드 엔지니어링의 룰\'인 겔더가 아직 살아있을 당시였습니다. 그분이 돌아가시기 한 2년 전쯤에 저희는 뉴저지에 있는 그분의 스튜디오를 직접 방문해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EQ나 컴프레서가 적용되지 않는 음악을 자연 그대로 들을 수 있었죠. 기존에 저희가 듣던 것과는 다르다 보니까 그때 한번 물어봤었습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되는 소리라는 것은 무엇일까?\'라고요. 뮤지션이 어떤 소리를 원하는지 알고 싶고, 그것과 똑같은 소리를 구현하는 게 목적이라는 답이 돌아왔죠. 결론적으로 제가 그래서 \'좋은 사운드\'라고 생각하는 건 음악이 만들어졌을 당시에 뮤지션이 가지고 있던 비전과 목표를 그대로 담고 있는 소리입니다.\"

-사실 대표님을 실제 뵙기 전에 전까지 엄청 떨었어요. 사진을 비롯해 매체로만 접했을 때는 강렬한 카리스마가 도드라질 거 같았거든요. 물론 아우라도 갖고 계시지만 너무 다정하시고 친절하셔서 더 좋습니다. 그리고 훌륭한 베이시스트답게 베이스라는 악기도 닯으신 거 같아요. 전 베이스가 인생의 기본을 만들어주는 악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다른 뮤지션들과 연주할 때 자연스레 버팀목도 되는 거 같고요. 혹시 베이스로부터 배운 인생 사는 법이 있을까요?

\"어떤 악기를 연주하냐에 상관없이 모든 뮤지션들은 \'남들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꼭 들어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듣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들을 지원하고자 하는 긍정적인 태도로 소통을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죠. 많은 사람들이 밴드 음악 혹은 밴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밴드 안엔 일종의 삶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삶이 가장 초소형 단위로 해석됐을 때 그것이 바로 밴드의 구성이 아닐까 합니다. 밴드 구성원들이 사이좋게 지내면서 음악을 만든다면 가족 혹은 도심, 국가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사이좋게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밴드 멤버들이 보여주는 어떤 관계성 같은 것이 사람들이 상상하는 이상적인 인간 사이의 소통이 아닐까 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제가 베이스, 밴드로부터 배운 건 바로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 다음이 남들과 공감할 줄 알아야 된다는 거죠. 이러한 가치들을 지키면, 소심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도 배우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