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6,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시장에서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라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위 사건은 말 그대로 빛과 같은 속도로 가격이 급락하였다가, 이에 뒤따라 빠른 속도로 가격 회복이 이루어진 것이다. 당시 많은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본 것은 당연하다. 당시 여러 사람들은 초단타매매자에 의한 시장조작행위로 시장질서가 무너졌다면서 많은 비판을 하였는데, 현재는 위 사건이 알고리즘 거래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우연한 조건들이 맞춰지면서 대규모 주문이 이루어지면서 일어난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 관점이 상당하다.
그런데 위 사건은 가상자산을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광경일 것이다. 가상자산시장에서는 투자자들에게 잘 알려진 “휩쏘(whipsaw)”라고 부르는 기법을 비교적 활발하게 사용하는데, 이 또한 가상자산 차트에서 장대 음봉과 장대 양봉을 교차시키는 것으로 일종의 플래시 크래시 현상을 발생시킨다. 여기서는 시장을 움직이는 대규모 거래자들이 일반적인 개인투자자들의 포지션을 정리시키기 위한 의도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장대 음봉을 발생시켜 이에 놀란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감수하고 매각하도록 유도하고, 다시 장대 양봉을 발생시켜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이러한 휩쏘 기법은 더 복합적으로 사용하면 한 번씩만 장대 음봉, 장대 양봉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해서 만드는 것인데, 롱포지션, 숏포지션 투자자들을 모두 나가떨어지게 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이에 대응하는 것은 극도로 어렵고 대응하려다가 더 많은 손실을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상자산시장에서는 처벌규정이 없어서 민사적으로 사기로 인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밖에 없어서 투자자 보호에 있어 큰 공백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다가 이번에 제정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10조 제3항에 유사한 내용의 규정을 명시하여 이를 금지하고 같은 법 제19조를 통하여 이를 처벌하도록 하였다.
이와 같이 가상자산시장에서 가격 등을 조작하는 방법은 여러 개가 있는데, 그 중 대표적으로 “스푸핑(Spooping)”이라는 개념도 있다. 이는 허수주문이라고도 부르는데, 진정한 거래 의사 없이 대규모 매도, 매수 주문을 내서 가상자산의 가격을 위아래로 움직여서 해당 가상자산에 대하여 시장에서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 시가가 220만 원이라고 하고 시장조작자가 225만 원에 1,000개의 매도 주문을 내면 이 대규모의 매도벽을 보고 투자자들은 시장흐름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이를 매도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이에 이더리움의 가격이 200만 원까지 하락하면 이를 1개당 200만 원에 100개를 매수한 다음 위 225만 원의 대규모 매도벽을 없애고 시장가격인 220만 원이나 그 이상의 가격에 매도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허수주문자는 최소 2,000만 원의 수익을 보는데 일견 많지 않아 보이나 하루에 수십 번 이를 반복하게 되면 그 수익은 상당할 것이다. 한편 “레이어링(Layering)”이라는 기법이 있는데, 이것은 스푸핑에서 발전된 형태로 스푸핑이 더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다양한 가격대에서 여러 개의 스푸핑 주문을 내는 것이다.
스푸핑은 진정한 거래 의사 없이 매도·매수 주문을 내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므로 거래의 의사라는 주관적 의사 유무에 따라 스푸핑 해당 여부가 결정된다. 만약 가상자산의 가격을 움직이기 위하여 매도·매수 주문을 내었는데 진정한 거래 의사가 있었다면 스푸핑에 해당하지 않는다. 반면에 진정한 거래 의사 없이 주문을 냈는데 결과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졌더라도 스푸핑에 해당한다. 주식 스푸핑의 경우 미국에서는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만큼 그 법적 처벌 또한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스푸핑의 최종 이익 귀속자 즉,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직접 스푸핑을 하거나 투자매매업자에게 이를 지시한 사람은 미국 검찰에 의하여 법원에 기소되어 대부분 처벌되고 무죄를 선고받은 사례는 많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거의 마찬가지라고 보이는데 우리 법원에서도 주식 스푸핑으로 인한 처벌 건수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스푸핑은 가상자산시장에서는 그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게 하는 행위 등에 해당하여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10조 제3항에 따라 이를 금지하고 같은 법 제19조에 따라 처벌하도록 하였다.
매우 클래식하고 전통적인 시장조작 기법으로 펌프앤덤프(Pump and dump)가 있고 이 또한 가상자산시장에서 흔하게 활용된다. 허위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카카오톡 오픈창, X나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하여 퍼뜨리고 다른 채널들을 통하여 이를 확산시킴으로써 시세를 조종하는 행위이다. 거짓의 호재성 정보, 가짜 추천 등을 통하여 가격을 부풀리고 그 상태에서 미리 저가에 매수한 가상자산을 전량 매도하는 것으로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10조 제4항에 의하여 금지된다. 미국에서는 이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위반한 자에 대하여 엄한 처벌을 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법한 펌프앤덤프와 비교하여 경계선상에 있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업계에 저명한 사람이나 차트를 잘 보기로 유명한 투자전문가들이 X, 유튜브 등을 통하여 해당 가상자산의 가격이 얼마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고, A, B와 같은 호재들이 나올 여지가 있다는 식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다. 만약 이 자들이 특정 가상자산 발행인에게 후원을 받고 호의적으로 이러한 내용을 전달하는 상황으로, 직접적으로 위 내용을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기대를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이들은 ‘가능성이 있다’라는 얘기로 확정적 언급을 하지 않아 책임은 피하면서 1명이 아닌 유명한 여러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얘기를 하면 많은 투자자들로서는 투자 판단에 있어 중요한 정보로 취급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시세조종으로 보아야 할지 애매해지고 다툼의 여지가 없지 않다.
위 방법들은 전반적으로 잘 알려진 기본적인 시세조종기법이고, 이외의 방법으로 지연된 차익거래, 차트 그리기(Painting the Charts), 핑잉(Pinging) 등 셀 수 없이 많은 방법들이 있을 텐데 지면의 한계로 소개하지는 않기로 한다.
이러한 시장조작행위는 주식시장보다 가상자산시장이 훨씬 활발한데, 무엇보다 그 동안 이를 규제하지 않았고 규제할 당국마저 정해지지 않았으며 관련 법률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에서는 상당한 심의 끝에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제정하였고 서로 의견이 통합되지 않은 부분들을 제외하고 시장조작행위 등 불공정거래를 규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였는데, 이와 같이 진입규제, 공시규제들과 같은 다른 규제들보다 불공정거래행위를 우선적으로 규제하는 내용으로 국회에서 의견 통일이 쉽게 이루어진 것은 시장조작행위의 해악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거니와 국회에서 시급하게 투자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기조에서 나온 것이다.
다만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상 불공정거래로 시장조작행위를 규제하더라도 여전히 어려운 증명의 문제가 손해를 본 투자자들 몫으로 남겨져 있고 시장조작행위자들의 인적 사항을 밝혀내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주식시장과 달리 가상자산시장은 해외와 부단하게 상호작용하면서 시세가 형성되는 만큼 조작행위자가 해외에 있다면 어떻게 제재할 수 있는지 문제될 수 있고, 해외의 법원 또는 규제당국과 관할이 충돌될 수 있는 등 기본적인 법률 쟁점도 제기될 수 있다. 결국 AI 등 다양한 과학기술을 통하여 시장조작행위를 가려내고 해외의 국가와 상호공조 조약을 체결하면서 최신의 조작기법에 대한 금지규정을 기민하게 제정하는 등 최첨단 기술 개발 및 법적 시스템 정비를 함으로써 시장조작행위로부터 투자자들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회생법원 이석준 판사
[본 칼럼은 토큰포스트 기조와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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