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서울 시내 국민건강보험공단 모습. 2022.08.30.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거짓된 방법으로 부당 이득을 취득하거나 체납된 보험료를 제때 납부하지 않아 줄줄 새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는 방안이 추진된다. 인구 고령화로 건강보험 재정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는 만큼 부정수급 등을 예방해 재정 낭비를 막겠다는 취지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건강보험 재정 누수 방지 2법)을 이르면 이달 내 발의할 예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료 체납 현황\'을 보면 지난해 기준 건강보험료를 체납한 세대(사업장)는 총 98만6000세대로 누적 체납액은 2조101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역가입자 1조5266억원, 직장가입자 5749억원 등이다. 연체금과 가산금은 제외된 금액이다.
건강보험료 납부 의무자가 납부 기한까지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납부 기한이 지난날부터 체납액의 일정 비율의 연체금이나 가산금을 내야 한다. 연체금은 보험료를 늦게 낸 데 따른 \'이자\' 개념이라면 가산금은 고의성이 있는 \'벌금\'의 성격이다. 현행법은 건강보험료, 연체금과 가산금의 징수권에 대해 최대 3년의 소멸시효를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3년 이상 기간이 도과해 직장가입자 자격을 허위로 취득한 부분을 적발한 경우와 같이, 보험료 부과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소멸시효로 인해 보험료를 부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A사업장은 2018년 1월 건강보험 사업자를 적용, 공단 지사에서 올해 2월 해당 사업장에 대한 지도점검을 실시한 결과 직장가입자 4명을 허위취득자로 확인했다. 이에 건보공단은 직장자격을 취득일로 소급해 동일기간에 대해 지역보험료를 소급해 부과하고자 했다. 하지만 부과시효는 올해 2월 기준 소멸시효 3년이 돼 2022년 2월 이전에 대한 보험료 부가가 불가해 총 보험료 부과할 금액 8400만원 중 4900만원을 부과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건강보험료 및 연체금, 가산금에 부과제척기간(보험료 및 가산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을 규정하는 게 핵심이다.
국세의 경우 5년의 부과제척기간을 규정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국세 포탈 시 최소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을 둘 수 있다. 이처럼 건강보험 및 가산금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부과제척기간을 규정해 정당하게 부과해야 할 보험료를 부과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부과제척기간은 보험료 및 가산금을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3년으로 한다. 다만 휴직자 등 납입고지가 유예된 경우에는 부과제척기간을 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3년으로 한다.
또 납부 의무자가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료 및 가산금을 부담하지 않는 경우에는 부과제척기간을 해당 보험료 및 가산금을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6년으로 지정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납입고지가 유예된 경우 유예기간 종료 날부터 6년으로 설정된다.
보험료 이의신청, 심판청구 등이 있으면 건보공단이 판결 확정된 날부터 1년이 지나기 전까지 보험료 및 가산금을 정정해 부과하는 등 처분을 할 수 있는 내용도 담겼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법이 개정되면 정당하게 부과해야 할 보험료를 부과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해 보험재정 누수를 막을 수 있고 성실납부자와의 형평성 도모 및 보험료율 인상을 억제 또는 최소화해 국민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2023.10.23. [email protected]
부당 이득을 취하는 장기요양기관의 체납 의무도 강화된다. 현재는 거짓 등 부정한 방법으로 장기 요양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취득한 법인 운영 장기요양기관이 재산을 모두 처분하고 해산하는 경우 부당이득 징수금과 이에 따른 연체금, 체납처분비 납부 의무를 지울 수 없어 결손 처리해야 한다.
법인의 청산 절차가 종료되면 법인격이 소멸되므로 법인과 별개의 주체인 법인의 대표자 등에게 납부의무를 부과할 수 없는 셈이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노인장기요양보험 일부개정법률안\'은 법인의 재산으로 부당이득 징수금과 연체금 및 체납처분비를 충당해도 부족한 경우, 해당 법인의 무한책임사원 또는 과점주주에 부족한 금액에 대한 납부 의무를 지우도록 해 장기요양보험의 재정 누수를 막는 게 핵심이다.
다만 과점주주의 경우 부족한 금액을 법인의 발행주식 총수(의결권 없는 주식은 제외) 또는 출자 총액으로 나눈 금액에 해당 과점주주가 실질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주식 수 또는 출자액을 곱해 산출한 금액을 한도로 한다고 규정했다.
김 의원의 법안은 최근 건강보험 재정이 빠르게 악화하자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분석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은 내년 5000억원 적자로 전환되며 2030년부터는 누적 준비금이 소진돼 혈세를 쏟아부어야 한다. 지난해 건강보험료 수입은 83조9520억원인 반면 보험급여비는 95조2529억원으로 보험료 수지(수입-급여비)는 11조3009억원 적자를 보였다.
김미애 의원은 \"우리나라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결국 안정적인 건보재정 운용이 필수적\"이라며 \"가장 기본적인 실천 방안이 건보료 부정수급을 예방하고 차단하는 장치다.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누수 현상을 막기 위해 본 법안들은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