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석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MBC TV 금토극 \'지금 거신 전화는\'은 국내보다 해외 반응이 뜨거웠다. 시청률은 5~8%대로 높지 않았으나, 넷플릭스 세계 TV쇼 부문 2위까지 찍었다. 12·3 계엄 사태로 결방이 잇따르자, 해외에선 노트북을 던지는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퍼졌다.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해 대사가 오글거렸지만, K로맨스의 순애보로 여성들을 사로잡았다. 유연석(40)은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240만명에서 420만명으로 약 2배 뛰어 올랐다. 처음엔 스릴러물 느낌이 강해 고민했으나, \'MBC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 수상 후 \"안 했으면 어쩔뻔 했느냐\"라고 할 정도로 좋아라했다. 넷플릭스 등 OTT 등장 후 지상파가 위기를 겼었는데, 이 드라마는 좋은 선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어느 순간 OTT 오리지널만 쫓아가면서 지상파가 침체기를 겪었는데, 이제 조금 바뀌는 것 같다. 해외 플랫폼은 OTT로 가고, 국내는 지상파로 방송하면 국내외 인지도를 같이 갖고 갈 수 있다. 단순히 OTT 오리지널이 정답은 아니더라. \'꼭 OTT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좋은 작품이고 좋은 사람들과 할 수 있다면 어떤 플랫폼이든 가리지 않고 싶다. 결국 OTT만 너무 치중하는 것보다 좋은 것 같다. 지금 거신 전화는 덕분에 그런 얘기가 나오더라. 이런 식으로 더 지향해야 우리나라 방송사도 같이 살 수 있다.\"
이 드라마는 정략결혼 3년 차 대화없이 살던 쇼윈도 부부 \'백사언\'(유연석)·\'홍희주\'(채수빈)에게 납치범의 협박전화가 걸려오며 시작하는 로맨스다. 극본으로 유치한 대사를 접했을 땐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적지 않았다. \"막상 그 신을 촬영할 때 되니 희주와 관계가 쌓이고 감정도 무르익어서 큰 무리는 없었다\"며 \"내가 그 감정을 믿고 했을 때 시청자들이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언이 굉장히 냉철하지만, 코미디, 부드러움 등 다양한 모습을 변화무쌍하게 보여줬다\"며 \"오히려 코미디신은 과감하게 하고, 로맨스신은 절절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사언의 순애보가 통했다. 부부간 소통의 부재가 있었고, 아내에게 차갑게 대하고 대화도 없었지만,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나중에 확인하지 않았느냐. 말로 직접 해 오글거리고 유치할 수도 있는데, 당사자들은 너무나도 듣고 싶은 말이다. 사언이 그런 대사를 해줘서 열광해주지 않았나 싶다. 내가 지금껏 한 캐릭터의 종합선물세트다. 유연석의 필모그래피의 장점을 모은 캐릭터라서 팬들이 굉장히 좋아한 것 같다.\"
앵커 출신 최연소 대통령실 대변인을 맡아 참고한 인물도 있지 않을까. \"딱 한 분을 롤모델로 하지 않고 여러 명을 찾아봤다\"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나운서를 참고했고, 조금씩 발췌 해 습득했다. 아나운싱은 MBC 전종환 아나운서가 도움을 줬다. 앵커 출신 대변인 특징을 설명해줘서 큰 도움이 됐다. 정보 전달에 입각해 사심을 빼고, 본인의 감정을 컨트롤하더라. 주관적인 견해를 빼고, 대변인으로서 대통령 입장을 대변하는 논조 등을 배웠다\"고 귀띔했다.
열살 연하 채수빈(30)과 로맨스 호흡은 만족했다. 킹콩 by 스타쉽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만큼, 작품이 실패하면 위험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 \"부담감을 느끼기 보다, (채수빈이) 워낙 낯을 많이 가려서 천천히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며 \"처음에는 조금 냉랭하다가 가까워지는 설정이라서 드라마 호흡대로 촬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로맨스신을 찍으면서 케미스트리가 점점 좋아졌다\"고 회상했다.
마지막회 베드신도 화제를 모았다. \"굉장히 고민했다. 공을 많이 들여서 찍은 신\"이라며 \"대화조차 없던 3년차 부부가 결국 마음을 확인하고, 헤어진 뒤 우여곡절 끝에 재회했다. 그날 부부의 첫날 밤이고, 드라마 맨마지막에 나오고,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이라서 정말 아름답고 기억에 남았으면 했다\"고 털어놨다. \"여러 영상을 찾아보고, 희주와 촬영감독, 연출님 의견을 조합해 찍었다. 남미에서 단체 관람한 포스팅을 봤다. 브라질 푸드코트에서 700명이 관람하면서 환호하는 걸 보고 잘 나오지 않았나 생각했다\"며 뿌듯해했다.
그간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는데, 유독 로맨스 반응이 좋은 이유가 궁금하다. \"왜일까요. 자답하기 쉽지 않다\"며 웃었다. \"로맨스를 좀 많이 하기도 했다. 근래 정통 로맨스도 하고 싶었다. \'사랑의 이해\'는 현실감있는 로맨스였고, 지금 거신 전화는은 K드라마의 왕년의 순애보를 담았다. 요근래 주저한 캐릭터였는데, 해외 팬들은 \'그래, 우리가 원했던 K드라마야\'라며 반겼다. 다양한 장르와 고퀄리티 이야기 홍수 속 소외된 K드라마 순애보를 다뤄서 좋아해주지 않았나 싶다.\"
유연석은 드라마, 영화, 뮤지컬, 예능 등 가리지 않고 활약 중이다. 16일 서울을 시작으로 일본, 대만, 태국, 홍콩 등에서 팬미팅을 열며, \"남미도 계획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스스로 \"30대에 진짜 열심히 살았다. 팬들이 \'유연소\'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정말 소처럼 열심히 일했다\"고 돌아봤다. \"애초부터 내가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야누스적인 배우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캐릭터적이거나 선이 굵지 않아서 \'아예 극과 극을 가자. 양면성을 띤 배우로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며 \"한 매체에만 머무르지 않고, 젊을 때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하면서 나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뭘 던져줘도 어느 정도 소화하고, 결과물을 잘 내는 구나\'라는 믿음이 생긴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응답하라 1994\'(2013)의 \'칠봉이\'로 무명에서 벗어났고, \'미스터 션샤인\'(2018)의 \'구동매\'로 \'츤데레\'(무심해 보여도 알고보면 따뜻한) 사랑을 보여줬다. \'낭만닥터 김사부1\'(2016~2017)의 \'강동주\'로 냉철한 매력도 드러냈다. 실제 성격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2(2020~2021)의 \"\'안정원\'에 가깝다고 주장하고 싶다. 완벽한 캐릭터인데, 다른 인물은 너무 현실성이 없다\"고 했다. \"사언은 현대판 동매 같다\"며 \"40대에도 이런 캐릭터가 오지 않을까. 그런 결과를 방증하듯 사언을 만났고, 불안감에서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결혼 생각은 없냐고요? 없는 건 아닌데 아직 짝을 못 만난 것 같다. 대화가 잘 통해야 한다. 결국 내가 이런 얘기 털어놓고 할 사람이니까 가장 소통이 잘 돼야 한다. 이번 드라마할 때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제일 가까이 있어야 하니까. 40대에 접어들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고민이 있었다. 더 이상 서툰 연기자여선 안 되고, 팀의 리더로서 부담감을 안고 끌어가야 했다. 한석규 선배가 \'나이는 자연스럽게 먹어 가는 거고, 불혹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하더라. 자칫하면 슬럼프에 빠질 수 있는데 잘 버티면 꽃을 피울 수 있다\'고 조언해줘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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