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AP/뉴시스] 사진은 리사 쿡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2022년 2월3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발언 중인 모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리사 쿡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는 6일(현지시각) 미국 주식 시장이 과대 평가됐다며, 향후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쿡 이사는 이날 미시간대 법학전문대학원 강연에서 \"주식과 기업채를 포함한 여러 자산군에서 평가가 과도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추정 위험 프리미엄이 역사적 분포의 최저 수준에 가까워, 시장이 완벽한 상태로 가격이 책정된 것처럼 보인다\"며 \"이로 인해 시장은 경제 악재나 투자자 심리 변화에 따라 큰 하락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쿡 이사의 발언에 대해, 마켓워치는 \"연준 관계자로서는 드물게 주식시장과 기업 채권시장에 대해 강도 높은 경고를 내놨다\"고 평가했다.
마켓워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조차 시장에 대해 이처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며, 쿡 이사의 발언은 1996년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의 \"비이성적 과열\" 발언을 떠올리게 했다고 전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1996년 미국의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던 당시 \"비이성적 과열로 자산가치가 과도하게 팽창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장기불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당시 그린스펀 전 의장의 발언 직후 미국 주식 시장은 20%의 폭락을 겪기도 했다.
특히 쿡 이사의 이날 발언은 미국 시장 강세가 2000년대 초 전 세계에 충격을 줬던 \'닷컴버블\' 사태와 유사한 경로를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닷컴버블은 1990년대 인터넷 대중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터넷 관련 기업(닷컴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다가, 2000년대 들어 급락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2000~2002년 2년 동안 미국 나스닥 지수는 78% 가까이 빠졌다.
미국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년 연속 20%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금세기 최고의 2년 실적\"을 기록했는데, 이 같은 활황기가 인공지능(AI)에 대한 과장된 기대감 때문이라는 우려다.
이에 따라 향후 AI 거품이 꺼지면 시장 전체가 폭락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시장 투자자들 사이에 일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그린스펀 전 의장 때와는 다르게 이날 쿡 이사의 강력한 경고성 발언 이후엔 시장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 5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2.91포인트(0.55%) 상승한 5975.38에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243.30포인트(1.24%) 오른 1만9864.98에 폐장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25.57포인트(0.06%) 밀린 4만2706.56에 거래를 마쳤다.
마켓워치는 \"1996년 12월 그린스펀 전 의장의 연설은 실제로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었지만, 2000년 초까지 정점을 찍은 닷컴 주도의 랠리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낙관적인 투자자들이 쿡 이사의 경고에 거의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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