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석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강유석(30·강신철)은 요즘 아이돌이 된 듯한 기분이다. 최근 막을 내린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슬전생)에서 산부인과 1년차 레지던트 \'엄재일\'을 맡았다. 아이돌 그룹 \'하이보이즈\' 출신으로, 한 번 실패를 맛본 청춘의 성장기를 보여줬다. 하이보이즈로 엠넷 \'엠카운트다운\' 무대에 섰을 때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인급동)에 올라 인기를 실감했다. 친구 어머니가 \'유석이 언제 아이돌 했어?\'라고 물을 정도로 \"현실과 동화된 느낌이다. 신기함 반, 감개무량 반\"이라며 좋아라했다. 처음엔 \'구도원\'(정준원)으로 오디션을 봤지만, \"돌이켜보면 재일이 딱 맞았다\"고 했다.
\"2차 오디션에서도 구도원을 줬는데, 신원호 감독님이 나랑 결이 안 맞는다고 생각한 것 같다. 중간에 \'엄재일 한 번 읽어보라\'고 했지만, 사실 구도원을 하고 싶었다. 대사도 멋있고 위기의 순간에 나오고 다독여주지 않느냐. 감독님 자체가 인물과 비슷한 성향을 캐스팅 하는데, 3차 오디션에서 \'엄재일로 하자\'고 했다. 아쉽지 않냐고? 2차 오디션을 보고 나오면서 \'아무것도 못하는 거 아냐?\' \'엄재일이라도 해야겠다\' 싶었다(웃음). (정준원) 형이 구도원을 잘했다. 내가 했으면 다른 구도원이 나왔겠지만, 기본 성향은 엄재일에 가깝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 시리즈(2020~2021) 스핀오프로, 종로 율제병원 산부인과 전공의들의 생활과 우정 이야기를 담았다. 강유석은 신 PD 팬이라서 \"슬전생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엄청 컸다\"며 \"감독님을 봤을 때 연예인 같았다. 오히려 엄청 유명한 배우들은 지나가다 봐도 같은 일을 해서 신기하지 않다. 오늘 숍에서 안성재 셰프를 봤는데 신기하더라. 오디션장에서 극본을 들고 리딩하는데 손을 덜덜 떨었다. 감독님이 \'떨리면 내려놓고 리딩하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슬전생에 캐스팅되자마자 춤 연습부터 시작했다. 재일이 아이돌 출신이라서 \"많이 부담스러웠다. 3차 오디션 때 \'춤을 잘 추느냐\'고 해 \'아뇨. 춤을 춰본 적도 없다\'고 했다. 몸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서 피 나는 노력을 했다\"며 \"가수 제의를 받은 적은 전혀 없다. 노래를 잘하지 않아서 가수는 아예 생각도 안 했다\"고 털어놨다. \"나도 재일처럼 실패했을 때도 있다. 대학도 재수하고, 오디션도 스물다섯 살부터 보기 시작했다. 작은 역할에 들어간 게 스물여섯 살 중반쯤인데, 1년 반 동안 오디션 보고 힘들었던 적도 많다\"고 돌아봤다.
캐릭터 자체가 밝고 에너지가 높다 보니 \"톤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털어놨다. \"재일은 나보다 친화력이 높고 사람들도 좋아한다. 난 회복하는데 2~3일 걸리는데, 재일은 2~3분 뒤 회복한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안 꼬여있다\"면서도 \"텐션을 많이 올리고 집에 오면 기운이 빠졌다. 좋게 얘기하면 배우로서 에너지를 쏟은 건데, 안 좋게 얘기하면 허한 느낌이 들었다. 내 원래 온도가 그렇게 높지 않아 고민일 때도 있다. 인터뷰도 \'재일이 온도로 해야 하나\' 싶더라. 배우의 숙명\"이라고 했다.
\"나도 사회초년생 때 재일에 가까웠다. 일 머리가 있기보다, 무작정 열심히 했다. 1년 넘게 오디션을 보다 보니 약간 요령도 생겼다. 극본을 분석해서 연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라는 사람을 보여줘야 하는구나\'라고 깨달았다. 시청자로서 모니터하면서도 재일이가 성장한 모습이 정말 좋았다. 11회에서 교수님께 인정 받고 초음파 잘해서 산모가 고마워하지 않았느냐. 내가 재일이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좋은 방향으로 성장해 뿌듯하고 귀여웠다. 난 아직 재일처럼 전공의 1년차쯤 된 것 같다. 갈 길이 멀다.\"
슬전생은 \'오이영\'(고윤정)과 구도원 로맨스에 초점이 많이 맞춰졌다. 마지막 회에서 재일과 \'김사비\'(한예지) 러브 라인을 암시, 시즌2 기대를 높인 상태다. \"초반에 어느 정도 얘기해줬다. 1회 때 \'사비가 춤을 따라춘다\'고 돼 있었는데, \'둘이 나중에 완벽히 사귀는 건 아니고, 팬이라서 뭔가 있을 수 있어\'라고 하더라. \'너가 좋아할거야\'라고 해 \'사비가 팬인데 제가요?\'라며 놀랐다. 시즌2는 많은 시청자들이 원하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정말 하고 싶다\"고 바랐다.
1년차 전공의 이영·사비·\'표남경\'(신시아)과는 동지애가 생겼다. \"작품 하면서 비슷한 또래를 만난 건 처음이다. 6개월 동안 촬영하다 보니 정이 많이 들었다. 작년 가을에 윤정이가 캐나다에서 차기작을 찍고 있었는데, \'놀러 오라\'고 비행기표를 해줘 셋이 다녀왔다. 윤정이는 3일 보고 열흘 정도 여행을 다녔다. 준원 형은 다른 일정이 있어서 못 갔다\"고 귀띔했다. 동기 중 청일점이었는데 \"좋지도 싫지도 않았다. 윤정이가 쿨하고 털털해 때로는 누나, 형 같은 면모가 있다. 윤정이 정신연령이 더 높아서 내가 기대곤 했다\"며 웃었다.
전작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에선 \'양금명\'(아이유) 동생 \'양은명\'으로 주목 받았다. 그동안 은명으로 많이 불렸지만, 최근 고향 강릉에 내려가니 \"재일이라고 부르고, 심지어 \'사비랑 사귀냐\'고 하더라. \'많은 분들이 사랑해줬구나\' 싶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설날 집에 가면 큰아빠나 어르신들이 \'언제 나와? 일은 해? 나올 건 있어?\'라며 애정 어린 잔소리를 했는데, 이제는 그런 얘기를 안 한다. 현수막 걸린 거 아니냐고? 현수막까진 아니지만, 어르신들이 좋아한다\"며 뿌듯해했다.
슬전생에 슬의생 주연들이 카메오로 많이 출연했는데, 그중 조정석(44)을 롤모델로 꼽았다. \"\'장홍도\'(배현성)와 \'장겨울\'(신현빈) 선배를 만나 신기했다. 배현성씨가 아니라 홍도 같고, 신현빈 선배가 아니라 겨울 선생님 같았다\"며 \"조정석 선배를 좋아하는데, 만나지 못해 아쉬웠다. \'이익준\'(조정석) 캐릭터 자체도 좋고, 나랑 비슷해 한번 뵙고 싶었다. 재일이로서도 좋은 에너지를 받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토로했다.
tvN 주말극 \'서초동\' 막바지 촬영에 한창이다. 7월5일 오후 9시20분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법쩐\'(2023)에서 검사, 슬전생에서 의사, 이번엔 변호사를 맡았다. \"이제 사기꾼만 하면 될 것 같다\"며 \"5인방 어쏘 변호사 이야기인데, 여기서도 내가 말이 제일 많고 분위기 메이커 역할이다. 슬전생이 약간 \'미생\' 느낌이라면, 서초동은 사회 중년생 느낌이다. 30대 중후반으로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오는 힘듦, 고민, 케미를 보여줄테니 기대해달라\"고 청했다.
\"좋은 에너지를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 조정석 선배를 좋아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선배를 보면 좋은 에너지가 느껴지고, 캐릭터를 매력있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런 좋은 에너지를 갖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역할이 커질수록 책임질 게 많아져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생긴다. 내가 못하면 다른 분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느냐. 그래서 더 많이 시간을 할애하고, 극본 열 번 볼 거 열 두 번 본다.\"